나의 인생사전 20171215 집필 



공간

 학교에 돌아와 곧 장 내 방으로 들어간다. 옷을 후딱 갈아입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나는 올해 여름에 이사를 와서 '내 방'이 생겼다. 그 전까지는 주방 옆 벽을 튼 다용도 쪽방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집 만 있으면 되지, 방이 꼭 필요한가?' 라고 생각했었던 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내 공간이 없다는 게 너무나 불편했다.

혼자 있고 싶을 때도 많고 맘 편히 옷을 갈아 입고 싶은데 개방된 내 공간은 내 사적인 모습을 지켜주지 못했다.

주방 옆이다보니, 쪽방에 들어찬 냉장고 들은 시도때도 없이 열리고 닫혔다. 나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내게 공간의 의미는 특별하다. 올해 방을 찾아 행복한 이유도 있지만 공간은 모든 생활의 기초단위이다.

특히나 공간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나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모임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데 늘 공간이 없는게 고민이었다.

공간을 쓰려면 카페에서 음료를 사먹어야 하거나, 대여료를 지불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공간을 이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모임을 꾸리고 대화를 나누고 문화를 만들어갈 공간을 꿈꾼다. 아직은 내 방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지만 나의 최종 목표는 

독립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림

내게 가깝고도 먼 그림

나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어릴때부터 그림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데, 욕심이 사교육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어째저째 혼자서 그림을 그려오다 보니 어정쩡한 그림 실력만 남았다.

그래서 올해 1, 모아둔 알바비로 옆옆 동네 작은 화실을 등록해서 다녔다.

연필 잡는 법, 구도 잡는 법, 비율 나누는 법 등등 처음으로 그림을 배웠다.

그동안 내 그림이 어설퍼 보였던 이유를 조금 알고 나니 배우는 그림에 대한 응어리가 조금은 풀린 듯 했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화실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 혼자서 그림을 그린다.

생각한 만큼 그려지지 않아서, 늘 못나 보이지만 슬슬 나만의 그림체가 생겨나는 거 같다. 아마도 계속 그림을 그릴 거 같다.

 

상상

상상은, 그 자체로 신나지만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과정은 더 재미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나의 머릿 속 생각이 내 손에 쥐어지고 눈 앞에 그려지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건 소소하게는 계획을 실천하는 일이 있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있고, 글을 쓰는 일이 있다. 일상의 대부분이 상상을 실현하는 도구이자 재료다.

특히 나는 계획을 실천하고 실행할 때가 제일 즐겁다. 구체적인 계획부터 추상적인 목표까지 조금 조금씩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나의 것으로 승화되어 있다. 상상을 그림으로 실현하는 일도 즐겁다. 그런데 여기에는 약간의 부담이 추가 되어서 맘 편히 행동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이의 상상을 엿보는 걸 참 좋아한다. 구경을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등등 모든 문화생활이 그것이다.

 

그림책 (동화책)

그림책은 나의 놀이터이자 늘 탐구해보고 싶은 예술이다. 처음에는 그림책을 동화책으로 불렀으나, 동화책은 아이들의 문화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아동문학의 하위개념에 속해있기에 독립적 예술로서 존중하는 그림책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림책은 독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다 달라진다. 그래서 그림책은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는 일이 즐겁다. 나는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와 책이 정말 많은데, 최근에 읽고 가장 좋았던 그림책은 김동수 작가의 잘 가 안녕이다.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한 할머니가 집에 데려오면서 시작한다. 할머니는 반짓고리를 이용해 몸이 동강난 뱀을 붕대로 감아주고, 납작해진 개구리는 배에 바람을 넣어 제 모습을 찾게 해준다. 그리고는 동이 튼 아침, 나룻배에 치료한 동물들을 실어 인사를 보낸다. 따듯한 그림체도 인상 깊지만 무엇보다 할머니의 독특한 치료들이 동물들의 원래모습을 되찾아 주는 모습이 좋았다.

수 많은 매력을 가진 그림책. 그래서 어설프더라도 언젠가는 꼭 나의 그림책을 출간했으면 하는 목표가 있다.

 

취향

취향을 찾고 쌓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늘 내 취향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한다. 그리고 취향이 아닌 것은 나도 모르게 멀리하게 되는 편이 많은데, 문화와 같은 콘텐츠에 있어서는 편식을 하지 말자고 작은 다짐을 하기도 했다.

개개인이 모두 다르듯이, 취향도 다 다르기 마련인데 그걸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취향은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 반영된다. , 악세사리, , 말투, 시대등등 정말 무수히 많은 것들이 취향과 관련되 있다.

취향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자신의 색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사람마다의 색깔과 풍겨오는 분위기가 다른데, 그걸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취향이 아닐까 한다.

 

자급자족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감명 깊게 보았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치코가 스스로 농작물을 키워내고 요리하는 모습이 어찌나 즐거워 보이던지. 자신만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부러워질 줄은 몰랐다. 영화를 보고 한 때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라는 잠깐의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과연 지속가능한 생활인지 의문이 들었다. 영화를 봐서 한 순간에 꽂힌 건 아닌지 계속해서 의심해보았다. 그래서 나만의 대안을 찾았는데 그것은 자급자족이었다. ‘자기가 필요한 것은 스스로 생산하여 충당함이라고 한자사전에 나와 있다. 이 말이 맞는 말이지만 나는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가며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자급자족을 쓰고 싶다.

그래서 이번에 도전해 볼 문화는 건강하게 먹는 문화다. 학교가 멀어 통학시간이 왕복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그러다보니 집에 도착하면 너무 배가 고파서 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나를 보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건강하게 먹자는 문화를 즐겨보기로 한 뒤 비교적 밥을 천천히 먹고 나름 건강한 식단을 골라 먹고 있다. 그래서 자급자족은 스스로 나의 일상의 변화를 주어가며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이다.

 

혜안

지혜로움은 나의 삶의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통해 되고싶은 나의 모습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지헤로운 눈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 혜안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이 단어는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책에서 발견했는데 당시 이 책을 감명 깊게 읽기도 했고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서 이 단어를 내 맘 속에 품고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일상을 충분히, 그리고 천천히 경험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내 삶의 지혜가 쌓여 혜안이 될 때까지 이 작은 단어를 늘 되새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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