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점점 차가워졌다. 말을 하면 입에서 김이 나왔고 다른 동물의 가죽을 덮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나타나고부터는 우리부족은 추운 날씨도 따듯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나무나 건조한 풀이 있어야만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그것은 뜨겁고 따듯해서 음식을 가까이 가져가면 익혀먹을 수 있었고 늘 붉고, 밝아서 깜깜한 밤에도 우리 부족의 동굴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가끔, 산에서 늑대들이 넘어오더라도 그것을 나무에 붙여 던지면 겁먹고 달아나기 일쑤였다. ‘그것은 우리 부족에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었고 언제부턴가 우리는 그것을 중심에 두고 생활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그것의 이름은 불이라고 했다.


 그 날도 평소와 같이 불앞에서 음식을 익혀먹고 있었다. 그 때, 산에서 다른 부족이 쳐들어왔다. 우리와 다르게 온몸이 털로 뒤덮인 녀석들이었다. 순식간에 우리 부족 사람들과 그들과의 싸움이 일어났다. 많은 동료들이 피를 흘리고 다쳤고 우리부족의 동굴은 동료들의 시체와 녀석들의 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결국 우리부족은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늪지대로 피신한 우리 부족은 그들과의 싸움에서 많은 동료들을 잃었지만, 그만큼 중요한 불도 잃었다. 불 없이 한참을 걸어가자 추위에 쓰러지는 동료들이 생겼다. 그들의 죽음이 슬프지만, 우리는 어쩔수 없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건너편 늪지대에서 불씨를 가진 우리부족의 대머리를 발견했다. 부족사람들은 소리를 질렀다. 불만 있다면, 새로운 곳에 정착하여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머리가 늪지대를 넘어오다 그만 늪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불씨를 살리려고 애를 썼으나, 끝내 꺼져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크게 낙심했다.


 족장님은 나를 포함한 3명을 지목해 불을 찾아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와 좌, 우는 불을 찾아, 여정을 떠났다.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다. 우리가 사는 곳은, 다양한 부족과 야생동물들이 가득해서 혼자 다니기에는 너무나 위험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우리는 사자한테 쫒기에 되었다. 불도 없는 상황에서 이빨이 날카로운 사자를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우리는 나무위에 올라가 사자가 지쳐 떠나길 바라며 나뭇잎을 먹으며 버텼다. 시간은 흘렀고, 우리 셋은 다시 불을 찾아 헤맸다. 그때, 무엇인가 밝게 피어오르는 걸 보았다. ‘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불을 갖고 있는 녀석들은 식인종들이었다. 인간을 먹는 부족이 있다는 걸 듣기만 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물러날 순 없었다. 우리는, 불씨를 얻기 위해 그들과 싸웠다. 불을 탈취하고 그 종족에게 잡혀있던 어떤 여자와 같이 탈출했다. 아무래도 식량으로 잡혀 있었던 모양이다.


 불을 얻었지만 몸에는 상처가 많이 났다. 아파서 힘겨워 하고 있을 때 쯤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내 상처에 초록색의 무언가를 발라주었다. 그러자, 아픈 것이 점점 가라앉는 듯 했다. 날 치료해준 것 같았다. 그녀와 함께, 불을 가진 채로 이동을 했다. 풀 숲 지대에 도착했을 쯤,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마주친, 식인종들이었다. 우리는 몸을 숙였다. 다시 싸움이 나서 불이 꺼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식인종들이 쫒아올 듯 말 듯 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칠 기회인 것 같았다. ‘그녀의 소리침에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상아를 가진, 어마어마한 몸집의 맘모스 무리가 서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이 맘모스 무리를 보고 몸을 숨긴 듯 했다. 우리는, 맘모스 무리에게 다가갔다. 너희와 싸울 생각이 없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바닥에 있는 건초를 뽑아 건넸다. 그리고, 그들은 천천히 내 손에 있던 건초를 받아 먹었고, 무사히 불씨를 가진 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녀는 나와 좌, 우와 좀 다른 구석이 있었다. 상처를 치료할 줄도 알고 행동도 좀 특이했다. 언제는, 우가 나무에서 떨어진 돌을 맞았는데 갑자기 큰소리로 이빨을 드러내며 꺽꺽 댔다. 아파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우리는 의아했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왜 인지 모르겠으나 그녀를 다시 데리고 오고 싶었다. 그래서 좌와 우를 두고 그녀를 찾으러 떠났다. 길을 가던 중, 늪에 빠지고 말았다. 빠져나가기 위해서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왔다. 무서웠다. 날라 오던 화살이 거둬졌다. 내게 화살을 쏜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부족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끌려갔다.


 그녀의 부족들이 사는 곳은 '그녀' 처럼 특이했다. 동굴이 아니었고 평평한 지대에 큰 짚을 세워 올려 만든 공간들이 곳곳에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흙으로 빚은 둥글게, 움푹 파인 것에 음식을 담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부족들에게 환영을 받은 듯 했는데 곧이어 한 공간과 많은 음식을 주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부족장과 그녀의 부족 사람들이 한 여자를 방에 들여보내줬다. 그리고는 내 공간 주변을 둘러싸 소리를 질렀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그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그녀를 만났다. ‘그녀와 나는 동굴에 들어갔다. ‘그녀는 쭈그리고 앉아 내게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했다. 나뭇가지 하나를 바닥에 둔 채, 주머니에서 흙 같은 것을 꺼내더니 나무 사이에 두고 손으로 비벼댔다. 무얼 하는 것인지, 자세히 보니 마주 댄 나뭇가지에서 연기가 일어났다. 불을 피울 때 나는 그 연기였다! 나는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았다. 그녀가, 입김을 불자 연기가 점점 피어올랐고 불씨가 만들어졌다. 불씨를 짚으로 옮기자 불이 붙었다. ‘그녀, 불을 만들 줄 알았다. 난 그 광경이 믿기지가 않았다. 불을 만들어 내다니. 대단한 사람이다.


 ‘그녀와 함께 부족으로 돌아가보니 좌와 우가 있었다. 그 들도 늪에 빠져 구해진 듯 했다. 우리는 불씨를 전달하러 가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났고 이번엔 그녀도 함께였다. 우리는 돌아가기까지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녀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법도 배웠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 둘이서만 같이 잠을 잤다.


 불씨를 들고 드디어 우리의 부족들이 있던 늪지대에 다다랐다. 그 과정에선 곰과의 사투도 있었고 험난했지만 도착을 하게 되었다. 동료들이 우리를 보자 큰 소리로 환영했다. 동료들은, 불 없이 늪지대에서 생활하느라 많이 지쳐있는 듯 했다. 우리는 불씨를 대머리에게 건넸다. 대머리는 불씨를 받고 신나하다가 그만, 물에 빠트려 불씨를 꺼뜨리고 말았다. 우리는 좌절했지만, 다행히도 그녀가 알려준 방법으로 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불을 되찾고, 우리 부족은 다시 평안했던 시절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곁엔 그녀가 함께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했고, 함께 밤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의 배 속에는 새로운 생명이 있다. 이제는, 나와 그녀그리고 배 속에서 탄생할 아이와 함께 미래의 여정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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