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글쓰기- 2017, 겨울 서정 <숲으로 가는 길>

혜아ㄴ 2017. 11. 28. 14:31

인터넷과 글쓰기 


2017, 겨울 서정 <숲으로 가는 길>


 완연한 가을이 저물어가고,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삶의 재미란 돌아오는 계절을 구경하고, 적응해나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구경뿐만이랴 봄에는 꽃놀이,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엔 단풍놀이 겨울엔 눈놀이까지 계절과 자연이 주는 놀이감을 벗삼아 계절을 즐기기도 한다. 계절은 각자마다의 분위기와 특징이 있다. 그리고 날씨가 변한다. 공기가 차가워 지고, 매서운 바람이 불자 두꺼운 외투를 꺼내입으며 우리는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날씨는 우리에게 피부로 직접 느끼게 해주지만, 우리의 시각으로 한 눈에 계절감을 알려주는 것들이 있는데 나무와 자연이 그렇다. 봄에는 꽃망울이 피고 여름엔 푸른 잎들이 일렁이다 가을이 되면 노랗고 붉은 잎들로 무르익는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다시 새로운 잎들을 준비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런 나무들은 함께 모여 숲을 이룰 때, 더욱 우리에게 깊은 계절감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평소에 숲에 간다는 것은 어쩐지 엉뚱하기도 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학교 일상 곁에는 숲이 있다.


 

 이 길을 아는가? 여기는 미가엘관과 정보과학관 뒷 편에 위치한 더불어 숲길신영복 선생님 추모공원으로 향하는 숲길의 초입이다. 학교와 3분이 채 걸리지 않아 내게 이 길을 소개해주신 선생님께서는 이 곳을 성공회대학교 제 2캠퍼스라고 부르신다. 그 이후로 나도 이 숲을 제 2캠퍼스라고 생각하게 됬다.



 ‘성공회대학교 제2 캠퍼스라는 의미를 부여해주신 선생님 덕분일까, 나는 여기에 정말 자주왔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러 올라오기도 했고, 공강시간에 혼자 올라와 벤치에 하염없이 앉아 있다 가기도 했다. 학교는 시끄러운 공간이다. 늘 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들린다. 그리고, 내가 주로 있는 정보과학관의 실습실은 늘 컴퓨터가 울리는 소리가 난다. 나는 그걸 전자파소리라고 말하는데 그게 은근히 견디기가 힘들다. 

 숲은 조용하지만 시끄럽다. 바람이 불면 늘 나무들이 스치고 여름엔 풀벌레 소리가 난다. 그래서 나는 계절마다 이곳에 오는 걸 좋아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6월 여름 앞이었는데 푸른 나무들 사이에서 쿱쿱한 습기가 서려있었다. 그리고 잠깐 소나기도 맞았었는데 비 온 뒤 숲도 참 좋더라. 그렇게 1학기 종강을 하고, 가을과 겨울이 되면 꼭 다시 올라오겠다고 다짐했었다. 학교 안에 숲이 있다는 것은 계절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얼마 전, 우리 집은 겨울나기를 위해 김장을 하고 동치미를 담갔다. 그 날 엄마를 돕고 있었는데 마당에서 첫 눈이 내렸었다. 동동 띄운 무에 첫 눈까지 보니 가을은 완전히 갔구나 싶었다. 그런데, 학교에는 아직 가을이 남아있었다

 

벌써, 여름과 가을 그리고 다가올 겨울의 숲까지 지켜보았다. 겨울만큼, 따듯함이 소중하고 내 시간을 준비할 수 있는 계절이 또 있나 싶다. 준비가 끝나면 감사한 겨울도 끝난다. 이제 봄이 남았다. 내 년, 봄이 찾아오고 학교에 돌아오면 다시 숲에 올라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