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글쓰기 분석기사 <당신의 영수증, 그레잇? 스튜핏?>

혜아ㄴ 2017. 11. 11. 19:48


 

 

 

 

 

 

 

  <당신의 영수증, 그레잇? 스튜핏?>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이라면 김생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물론 듣지 않는 이라도 연예인 김생민은 누구나 알 것이다. 연예계 대표 짠돌이라고 알려진 그는 팟캐스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김생민의 영수증을 통해 데뷔 25년만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이유에는 20년동안 그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되는 출발! 비디오 여행’ ‘연예가 중계의 리포터로써 한결같은 노력덕분이기도 하지만, ‘김생민의 영수증이 사람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은 이유도 있다.

  팟캐스트란 오디오와 비디오 형식으로 제작된 파일을 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뉴스나, 예능 콘텐츠를 라디오처럼 들을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 하면 쉽다. 그런 팟캐스트의 큰 장점은 독자들이 인터넷이 연결되는 공간이라면 무료로 자신이 원하는 음원 콘텐츠를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김생민의 영수증이다.

원래 김생민의 영수증은 정규로 만들어진 팟캐스트가 아니었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의 대표 콘텐츠가 있다. 비밀보장은 일반인들이 고민사연을 보내면, 송은이와 김숙이 지인들과의 전화연결을 통해 고민상담을 해주는 콘텐츠이다. 여기서 김생민은 경제자문위원으로 사람들의 경제고민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려주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비밀보장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김생민의 영수증을 시작했고, 사람들의 인기에 힘입어 독립된 팟캐스트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김생민의 영수증프로그램은 통장요정이라 불리는 김생민이, 사람들의 한 달에서 두 달간의 사용 영수증과 세세한 자기소개를 기반으로 그 사람의 소비습관을 분석, 평가하고 간단한 총평을 내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올바른 소비에는 그레잇!’을 불필요한 소비에는 스튜핏!’을 외치며 사람들에게 현명한 소비를 권장한다. 또한 돈은 안쓰는 것이다’ ‘노래는 1분 미리듣기로 들어라등등 절약절실함을 내세우는 유쾌한 명언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영수증의 인기를 증명하는 것으로 kbs에서 정규편성 되어 방송으로도 진출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영수증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일단 첫 번째 요인으로는 영수증을 진행하는 송은이, 김숙, 김생민의 재치있는 입담이 한 몫 한다. 오랜 연예계 활동으로 친분이 두터운 셋의 대화가 무엇보다 재미있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사연을 보내는 영수증의 독자들은 정말 다양하다. 21살 대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주부, 최근 이별을 맞이한 회사원까지. 우리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그레잇스튜핏을 오가는 영수증. 분명  타인의 영수증이지만, 그 안에서는 우리의 삶이 보이기도 한다. 그 영수증을 분석하고 조언하는 김생민의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은 많은 공감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지금 이 사회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앞서 말했듯이 절실함을 내세우고 절약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의 고민의 대부분 역시 자신의 소비습관을 알고, 자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더 많은 저축을 하는 방법들이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현실을 꼬집는 말은, 바로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계속 되는 취업난, 경제난 속에서 노력과 성실이라는 단어는 필수가 되었다. 필수가 되었다는 것은 노력만으로는 지금의 현실을 크게 바꾸지 못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의 사람들에게 소비보다는 저축이 자신의 삶에서 큰 고민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소비를 하더라도 현명하게 돈을 쓰는 법을 고민한다는 것에서 우리에게 큰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또한, 연예계 대표 알뜰맨 김생민의 조언은 우리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 이유는 김생민 역시 지금의 자리로 올라오기 까지, 20년이라는 세월동안 한결같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조언은, 단순히 방송 때문이 아닌 본인의 생활습관과 경제지식을 모두 꺼낸 결과들이다. TV에서 보여지는 연예인들의 생활모습은 현재, 우리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하지만 김생민의 삶의 일상적인 노력은 우리의 생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김생민이 그레잇’ ‘스튜핏을 외치는 순간, 순간마다 본인의 대학생활, 사회생활 그 동안의 생활을 짬짬이 이야기 해주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조언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요즈음, 사회트렌드 중 하나는 ‘YOLO’.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노후 대비, 내 집 마련과 같은 '미래' 중심적인 삶이 아닌, 지금 '현재' 나를 위해 투자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투자의 형태이다. 주로 자기계발이나 여행을 예로 들 수 있다. 욜로 현상은, 막막한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금 시점에서 힐링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나는 김생민의 영수증도 다른 의미의 ‘YOLO’라고 생각된다. 절약과 저축을 강조하는 것이 어째서 욜로냐고 반문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영수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현명한 소비. 한 번 뿐인 자신의 삶에서 나의 소비습관을 이해하고 필요한 곳에 소비를 하며 조금씩 저축하는 기쁨을 누리는 일도 누군가에겐 충분한 힐링이 될 것이다.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이지만, 현재 내가 충분하지 않다면 소비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생은 가난하고, 현대인들 역시 자유에 가난하고 돈 때문에, 집 때문에 앓는 고민으로 마음도 가난하다. 하지만 우리는 가난한 문화를 즐기는 법을 알아갈 수 있다. 무조건 아끼는 게 전부가 아니라 내게 맞는 소비가 그 해답이다. 물건을 살 때 마다 따라오는 작은 쪽지의 영수증. 무심코 버리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타인의 영수증을 듣는 것만으로 우리는 다시 삶을 살아갈 새로운 문화의 방법을 찾았다. 현실을 바로 바꾸긴 어렵다. 하지만 각자의 생활은 바꿔나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슈퍼 그레잇!’을 외칠 수 있을 때 까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콘텐츠의 등장이 앞으로도 우리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